[上海] 호리구치 커피 Horiguchi coffee

호리구치 커피는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커피 1세대 호리구치 토히시데 박사의 이름을 따, 호리구치 커피라 이름지은 곳인데, 상해에도 있다.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호리구치 커피는 뭐랄까, 좀 과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20년전 커피로 이것저것 해봤다가 결국은 그냥 스타벅스 커피빈 커피 홀짝이는 평민으로서 감히 할 말인가 싶긴 한데.. 암튼..) 호리구치 박사가 언론사 인터뷰에서 좋은 싱글 오리진을 갖고 있으면 그것만 제공해도 될 일을 이렇게 블렌딩을 해서 파는 이유는 "내 이름을 걸기 위해" 라는 것.. (정확한 뉘앙스는 이게 아닐 수 있는데, 암튼.. 뭐 대충 기억하기로는 좋은 원두를 그냥 볶기만 해서 팔거면 내 이름을 왜 거냐? 블렌딩을 좀 했으니 내 이름 걸 수 있지..라는 뉘앙스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 ) 호리구치 왈, 9가지 독창적인 블렌딩을 만드려면 최소 50종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 역으로 1번부터 9번까지 랜덤하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번호를 맞출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는 의문. 항상 뭐 top tier의 상품은 일반적인 가격대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이해할 영역은 아니니, 이해보단 암기하기로.. 받아들여보자. 

 

원두 블렌딩에 대해서 뭐 그렇게 큰 일인양 그러냐.. 할 수도 있는데, 블렌드는 향의 이미지가 정해져 있어서, 반대로 산지나 농원이 달라도 마지막 블렌딩 후의 추출된 커피의 맛은 어느 수준의 일관성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공산품으로 치면 QC고, 그래야 색깔별로 나누고 번호 매긴 의미가 있으니 ㅎ) 그런 의미에서는 또 대단하다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물론 1년전의 6번 커피가 오늘의 6번 커피와 맛이 같은지 아닌지 알 길은 없는데.. 아무튼 그런걸로.. 

 

상해 호리구치 커피는 페닌슐라 뒷쪽에 위치해있는데, 2019년에 두세번 갔다가 5년만에 다시 온 그곳. 

 

상해 호리구치 커피가 위치한 빌딩도 대단히 오래된 곳으로 곳곳의 빈티지 스러움도 멋지지만, 카페 내부도 멋스럽다. 일본의 호리구치 커피의 인테리어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였고, 자기들의 시그니처인 H (under amor인줄 ㅋㅋ) 문양과 커피 맛에 대해 9가지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맛에 대한 좌표를 만들어 각 번호가 어떤 맛을 보이는지 표현한 메뉴판 역시 일본의 호리구치 커피 그 모습 그대로다. 

 

찾아보니 도쿄의 호리구치 커피의 1번부터 9번까지를 설명하는 key word가 상해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뭐 알아서 잘 했겠지.. 

 

 

2019년엔가 생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전히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 좋고..ㅎ 메뉴판은 그때와 다르게 손을 많이 타서 낡은 느낌이 되려 좋다. 

 

저렇게 1번부터 9번까지 각기 다르게 블렌딩한 원두를 맛을 유추하기 좋도록 키워드와 색깔로 나눠서 두었는데, 이게 도쿄의 호리구치 커피와는 단어들이 좀 다르더라는.. 다만 색깔은 똑같은데 말이지..음.. 뭐 알아서 잘 했겠지 그냥 커피나 마시자..ㅋ

 

뭐 분위기 좋고, 친절하고, 커피 향 좋고.. 위치도 좋고, 건물도 유서깊고 고풍스럽고 다 좋아.. 근데 문제는..

 

이 커피 가격. 이게 RMB 90(대충 일본 현지가격 3배.. 중국패치 완료..ㅋㅋ)이다. 한잔에.. 우리나라가격으로 대충 16,000원.. 근 4년 반만에 와서 그런가 가격이 다소 생소했는데,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여기 커피집에서 내가 커피값을 낸 적이 없었다. 아하.. 그럼 나에게 커피를 사준 그들은 참으로 비싼 커피 사줬던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노천 자리도 있고, 거리보면 얼마나 고풍스럽고 좋은가 말이다. ㅎㅎ

 

건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간만에 상해온 느낌 팍팍 나게 해주었다.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