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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6월 1일이 어린이 날이다. 중국에도 어린이 날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 뭔가 디테일이 떨어지는 중국 스러운 느낌이 있긴 한데.. (부모가 놀아야, 애들 데리고 어디라도 놀러가지.. 부모가 일하는데, 어린이날 지정해 봤자 뭐하냔..) 사실 애들 조차도 (초중딩 친구들) 딱히 학교를 쉬거나 그러진 않는데, 보통은 반나절 수업하고 오후에는 어린이날 행사를 자체적으로 (학교 내에서 또는 근교에서 행사)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고 한다.
한 아이 정책이 시행된지 35년이 지난 이 시점에 (한 아이 정책은 1980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나, 저정도 아는 것도 완전 유식한 듯..) 어린이날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릴 때, 내 머릿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어린이 날에 대한 기억은 딱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할아버지와의 어린이날, 또 하나는 아빠와의 어린이날..
초등학교 2학년이었나.. 할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 어린이날이 되서 할아버지와 집 근처 공원에 갔었는데 (이름 까먹음. 소풍 가면 맨날 거기로 소풍을 갔었는데..) 어린이 날이랍시고 길거리에 애들 낚기 좋은 물건들을 엄청 팔고 있었다. 난 그때당시 뭔가 성숙했었던 건지, 아니면 그들의 의도를 간파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나..(그런지도..음..) 암튼 너무 시시한데, 할아버지는 내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눈동자가 어떤 곳에 흔들리면, 바로 지갑을 꺼낼 태세였다. 그걸 어린 나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 따위에 할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붕어빵 파는 리어카가 있었는데, 그런 결심이 무너졌다. 내 걸음은 멈춰섰고 한곳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도 당연히 내 시선을 따라 내 시선이 꽂힌 곳을 보셨다. 그런데 그것은 붕어빵 때문이 아니라, 붕어빵 만드는 기계옆에 나뭇가지로 철봉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 30센치 정도의 크기의 원숭이가 있었고 그 옆에 새장엔 부엉이가 있었다. 부엉이는 당연히 눈을 감고 자고 있었고, 원숭이는 목에 줄이 채워져 있고 그 목줄을 벗어나려는듯 하지만 격렬하지 않게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기에.. 그 당시에도 그런 희귀 동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좋은 일이 아님을 직감했었던 것 같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손자를 보고, 할아버지는 옳다쿠나 싶으셨는지 풀빵장수에게 원숭이 얼마냐고 물어보셨고, 당연히 그 주인은 안판다고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어디서 구했냐.. 부엉이는 얼마냐 이렇게 물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면서 나중에 나에게, 부엉이는 저렇게 눈 감고 있는 게 병이 들어서 그런 거라고.. (야행성임을 그 때도 알고 있었으나..) 그래서 사봤자 금방 죽을 거라고.. 그리고 원숭이는 주인이 안판다고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붕어빵 사줄까? 라고 물어보셨는데, 내가 안먹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게 서운하셨는지 "에이. 모지리 같은넘. 뭘 먹어야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지." 그러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에 얽힌 어린이날의 기억은 딱 하나가 기억 나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 였던 것같다. (3학년이었나..) 어린이날 시즌이 되면 TV에서 엄청나게 어린이 완구 광고를 해댄다. 그 때는 미니카 기어가 들어가 있는 검은색 오토바이였는데,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지금 보면 개허접할듯.. 아무튼, G.I 특공대 같은 분위기의 뭐 그런거였는데.. 왠지 모르게 거기에 꽂혔던 듯하다.
그래서, 아빠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장난감 하나 사준다고 했었는데, 난 단연 그것을 꼽았고, 집앞 문방구에서 그 장난감의 가격을 알아보니 4,500원 이었다. 25년전, 4,500원이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3~4만원돈은 되는 가격일듯.. (왜냐면 그때당시 아이스크림이 하나에 50원이었고 수박맛바..이런거.. 지금이 뭐 세일 해도 7백원.. 정가 천원 정도 하니, 기형적인 아이스크림 가격 책정을 염두하더라도, 50원이 500원정도는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음.)
그래서 아버지는 에? 이게 무슨 4,500원이나 해요? 그러더니 이야~ 넘 비싼데.. 하면서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이후로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광고 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실망했던 기억만 있을 뿐..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그 세대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툰 당신들이 일년에 몇번의 특별한 날, 생일, 크리스마스 또는 어린이날 등을 통해 본인들의 서툰 방식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했던 그런 날의 기억이 삼십 중반까지도 머릿속의 한구석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의 아들, 와이프, 부모님들 그리고 형제자매 친구들까지.. 그들을 사랑하고 같이 있는 시간에 진심을 다해 대하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기도 하고..
아래는 Kerry center 앞에 어린이날 기념으로 캐릭터들을 세워 놓은 것을 찍은 건데, 이 캐릭터는 黑猫警长 (검은 고양이 경찰서장) 이라고 빠링호 (80년대 생들)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인기 대작 중국 순수 캐릭터 만화로, 우리로 치면 둘리즘 되겠다.
폰으로 검색하면 이렇게 뜬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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